소도시 by saltyJiN

1. 그저께 알바는 오후 8시부터.
느지막히 일어나 꾸물거리다가 5시쯤 되어 밖으로 나와 세탁 맡길 와이셔츠 한장과 다림질 부탁할 한장, 이렇게
두장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집앞의 클리닝집을 찾았는데 이런... 세탁물을 모두 공장으로 보내 처리하기 때문에
점포 안에는 다리미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 한다. 그러고보니 이동네 그런게 많다. 직접 가게에서 처리하기 보단
그날 저녁에 공장으로 보내 다음날 받는. 아아... 가까이에 어디 다림질해 받을 곳 없을까요? 물어봐도
대개 비슷한 시스템이기에 딱히 없을거라 한다.

7분쯤 걸어 가전제품 매장에 도착, 다리미코너로 향했다. 헉! 생각보다 비싸다. 싼것도 있지만 싼게 비지떡이라고
뭔가 찜찜해 보이고 옆에있는 상대적으로 값진 녀석들에 비하니 여러모로 덩치도 크고 초라하다.
게다가 다리미를 사면 다림판(?)도 사야하고... 와이셔츠 세탁맡기면 100엔 살짝 넘는가격.
하루만에 세탁에 프로훼셔날의 다림질까지 해주니 그리 비싼가격은 아닌 듯 하다. 가전이 아무리 작더라도 일단 하나
사면 관리에 손가는거고 둘데도 생각해야 하고... 일단 다리미 구입건은 접어두고 근처 역 뒤쪽으로 향한다.

불과 며칠전 머리하러 가는길에 작은 세탁소인지 수선집인지 본 기억이 남아있다.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발견!
근데 이거 세탁소는 아니고 부인복 수선집 같다... 쥐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문을열고 실례를 구한다.
통통하신 할머님이 나오신다. 난 쭈뼛쭈뼛 눈치봐가며 사정 설명을 한다. 다림질만 해주실수 없을까요?
면접인가? 아뇨... 알바할때 입고 가야하는데 좀 서두르고 있어서요...

바로 다리미를 들고 주름을 펴 주신다. 난 문앞에 서서 난로앞에 얌전히 앉아있는 통통한 고양이를 쳐다본다.
무언의 속에서 삼분가량 지났을까, 할머니께서 다림질을 마친 셔츠를 건네주신다. 난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할머니께 여쭌다.
"얼마인가요?"

할머니는 웃으시며
"열심히 하세요"

.......!

"감사합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인정넘치는 소도시는 행복하다.
할머니, 고마워요.




2. 집앞 대형(?)슈퍼에 갔다. 계산대 앞의 떨이 상품들.
얼레? 작은 종이백에 붙은 반값 스티커. 500엔을 250엔에? 호라.
으음.. 근데 Hilton Narita라고 써져있다. 나리타의 힐튼호텔에서 파는건가... 내용물은 쵸코 브라우니.
설마 유통기한 임박한거 시골에다 내다 파는거야 뭐야 하곤 이리저리 둘러보니 유통기한은 아직 한달도 더 남았다.
그럼 대체 왜? 어쩌다 나리타에서 팔려야 할 물건이 여기까지... 게다가 반값.
어딘가 자존심상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네놈이 있어야 할 곳은 나리타잖아!
왜 여기까지 온건데? 왜 반값에 떨이 처분하듯 팔리고 있는건데???

















샀다.

게다가 맛도 좋다.
지방 소도시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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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三千字节 2007/02/22 23:59 # 답글

    ..........나리타에서 벳부까지.... 제 소포처럼 방황했던 것일까요..
  • Sarah 2007/02/23 01:48 # 답글

    아, 첫번째 이야기 감동적이네요. 마치 소설의 한장면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자꾸 듣다보니 "일본의 어른들은 참으로 친절하고 장인정신이 넘치며 젊은이에게 관대하다" 라는 인상이
    자꾸만 심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건 제가 가지고 있는 일본 할머니 할아버지들에 대한 환상입니다.)
  • saltyJiN 2007/02/25 05:14 # 답글

    三千字节 l 이쪽은 방황이라기보단 처분에 가까운듯...

    Sarah l 저도 얼마나 가슴이 뜨거워졌던지. 요새 일본 젊은이들은 개념free가 많아서 심히 걱정됩니다만 어르신들은 좋으신 분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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