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과 두리안 by saltyJiN

10시 즈음되어 들어오신 두 중년남자분. 40대 중후반으로 보이시는 두분은 중학교 동창이라 하신다.
농구얘기로 시작하셔서 담화를 나누신다. 오늘은 나와 같은학교의 ㅎ양 + 마스터 의 3인.
마스터는 새로운 홈페이지를 만드느라 바쁘신지 구석으로 사라지시고 ㅎ양이 재치있게 말을 받아낸다.
난 아직은 선뜻 대화에 끼어들기가 그래서 얼음만 깬다.

와인잔이 비었다. 내게 한잔 따라달라 하신다. 놀라서 마스터에게 달려가

"레드 한잔이라 하시는데요"

"따라드려요"

아... 굳이 마스터 찾을거까지도 없었구나... 따라드리는데 이거 직전까지 얼음 깨던터라 손이 후덜덜덜.
폼나게 한손으로 주-욱 따라드려야 할텐데 두손으로 받치고 와인을 참이슬인양 따라드린다.

지갑에서 태국지폐가 나온다. 손님은 이걸 뭐라하더라... 기억을 더듬으며 아무튼 태국돈.
잠시 나온 마스터가

"루피 인가요?"

왼쪽손님: 아냐... 그건 아닌데.

난 속으로 '바트! 바트라고 그건!! 바트에요!!!' 를 외치지만 시건방지게 비춰질까봐 꾹꾹 참는다.
이내 이야기는 오른쪽에 앉으신 손님의 태국출장으로 이어진다. 머지않아 태국에 가게되는데 그 때 면세점에서
살만한 술이 뭐가 있을지 마스터에게 묻는다. 그리곤 어쩌다 태국 국왕 이야기로.

손님2: 태국은 좋은나라야. 모두에게 존경받는 국왕도 있고, 국왕이 참 대단해. 그...무슨 왕이더라...
손님1: 일본도 천왕이 있잖아. 국민의 건강을 빌어준다고. 훌륭하신 분이야.
손님2: 천왕은 국민 세금으로 먹고살고 일도 안하지. 태국왕은 자기 일이 있다고. 게다가 국민에게 존경받지.
          이름이 뭐더라...

(푸민폼!! 푸민폼!!) 역시 건방져보일까봐 참고 있는다.

손님2: (날 쳐다보며) 자네, 태국의 왕 이름 뭔지 알겠나?
나: 푸민폼... 이죠?
손님2: 어 맞어맞어. 자네 잘 알고있구만.
나: (헤에....)

손님1께서 두리안을 잡수신다 한다. 손님2께선 굴을 좋아하시는데 굴의 맛을 못느끼는 손님1을 이해할 수 없다 하신다.

손님2: 굴은 정말 맛있다고. 표현하긴 힘든데... 왜 굴을 바다의 우유라고도 하잖아.

마스터: 그건 아마 굴에 영양분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걸 겁니다.

손님2: 이친구는 두리안은 먹는데 굴을 못먹는데요. 그 똥냄새 나는 과일은 먹으면서 어떻게 굴을 못먹냐..

손님1: 두리안은 과일의 왕이라고도 하잖아. 그리고 나도 썩 좋아하는건 아니지, 먹긴 먹지만.

손님2: 이친구랑 나랑 처음 두리안을 먹어보는데 난 손톱만큼 먹고는 미치는줄 알았어. 그런데 이친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맛있다고 먹는거야.

손님1: 그게 두리안에도 몇가지 종류가 있다고. 그리고 나도 굴을 먹을순 있어. 근데 과연 이게 맛있는가?
         했을때 모르겠다는거지 허허...

손님2: 너 두리안같은거 먹는거 아냐 임마. 그건 분명히 우주에서 온거라고. 저~기 금성같은데서 문어같이 생긴
         놈들이 들고왔음에 틀림없어. 너 그런걸 먹냐. 너 그새끼들이랑 한통속이야 이제.

손님1: 그래 나 걔네랑 이제 한패다. 임마 너 자꾸 두리안갖고 뭐라 하지마. 두리안은 과일의 왕이라고~

손님2: 그래도 어찌 두리안을 먹는놈이 굴을 못 먹냐... 껄껄





누가 그러지 않던가.
술과 우정은 오래될 수록 좋다고.
동창은, 오랜 벗은 좋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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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三千字节 2007/02/16 20:04 # 답글

    멋지네요, 전 공항에서 서로 머리를 마구 쳐대는 개그맨같은 일본남자 두분을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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