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자 by saltyJiN

사무실, 주택, 학교가 주되고 이민사회 토론토에서 비교적 높은 현지인율을 지니는(걸로 보이는) 동네의 스타벅스에 있었다.
동양인 할머니가 개인용 바퀴달린 장바구니와 봉다리 몇개를 주섬주섬 들고 들어와선 내 옆 테이블에 짐을 풀고 자리를 잡는다.
그러더니 이내 내게 중국어로 뭐라 묻는다. 물론 여기에 내가 응답할 수는 없었고, 그러자 다시 영어로 내가 중국인이지 묻는다. 난
아니라 했고 할머니는 내가 몹시 중국인처럼 생겼단다. 여기와서 중국인처럼 생겼다는 얘기는 심심찮게 듣기 때문에 이젠 그닥
새롭지도 않다. 한번은 동네 슈퍼에서 중국인이라는 전제 하에 대뜸 광둥 사람인지를 묻는 아줌마도 있었다. 웃겼던 건 중국어로
물어보길래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더니 이어지는 질문이 '영어'로 저 내용이었다는 것... 아, 중국은 서로 말이 안 통할 가능성도
있긴 있겠구나... 어쨋든.

할머니는 중국어 신문을 펼쳐들며 의외의 유창한 영어(문장이나 단어는 단순했지만 중국인 특유의 억양없이 발음이 비교적
깔끔했다. 하고자 하는 말씀도 술술.)로 이 부근에 범죄자가 많다고, 동네가 위험하단다. 암만봐도 사무실과 주택가와 학교밖에
보이지 않는 이 동네가 대체 뭐가 위험하다는건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기에 피식 웃으며 걱정 마시라고 했다. 그랬더니
할머니는 "너 마피아 알지? 이근처엔 마피아도 많다니까" 이러면서 들고있던 신문으로 눈 아래를 가리고 어떤 테이블을 응시하며
내게 저사람들을 보라는 눈빛을 보냈다. 고개를 돌려보니 과연 거기엔 커피 봉지로 위장한 마약 꾸러미를 두고 마지막 가격 협상에
언성을 높이고 있는 유난히 반짝이는 양복차림의 사람들이
적어도 할머니보다 74배는 깔끔한 옷차림의 회사원 5명이 프린트물을
손에 들고 미팅을 갖고 있었다. 할머닌 "그래서 내가 저놈들을 지켜봐야 하는거야." 이러면서 다시 신문으로 시선을 돌리셨다.

잠시 후 마피아 회사원들이 가게를 나섰고 할머니는 품속에서 경찰 배지를 꺼내들고 현장검거 계속 신문만 보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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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Teva 2008/11/12 14:02 # 답글

    정말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네요 ;;;;;;
    저 할머니는 할 일 많으셔서 심심하진 않으시겠어요.
  • saltyJiN 2008/11/12 14:08 #

    캐나다 인구도 그리 많지 않은걸로 알고 있는데 이미 많은 정신질환자들을 본 것 같아요.
    이쪽 사람들이 말붙이기도 좋아하고 그래서 더 눈에 띄는걸까요...
    할머니 바쁘죠. 치안이 좋은 동네에서도 저렇게 걱정이 태산이신데 차이나 타운 가시면 길 한복판에서 소리나 지르지는 않으실런지...
  • 혈견화 2008/11/12 14:38 # 답글

    으헤헤헤헤헤헬... ^^;; 재미있습니다.
  • saltyJiN 2008/11/12 14:49 #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이네요 ㅎㅅㅎ
    재밌는 글거리를 제공해주신 할머니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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