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반하다 by saltyJiN

일본에 있을 때, 한 백화점 지하의 작은 테이블을 몇 두고 있던 팥죽집에서의 이야기다.
정확히는 팥죽이 아니라 팥죽에 들어가는 그 떡들이 메인이었던 듯 한데 어쨋든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옆의 테이블에 혼자 오신 할머니였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점잖은 분위기의 할머님이셨다.
주문한 음식을 다 드시고 종업원이 쟁반을 치워가려자 온화한 음성으로

"잘 먹었어요. 참 맛있었어요."

이 외에도 메뉴에 대해 종업원에게 어떤 질문을 하셨던 것 같은데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흐릿한 기억으론
사람에 따라서는 참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질문을 굉장히 점잖게 여쭈어 보셨던 것 같다. 아마 이게 아닐까
싶은데, "방금전에 ㅇㅇ을 시켰는데, 이걸 ㅁㅁ로 바꿔주실 수 있을까요?" 같은 분위기의.
사람에 따라선 "아가씨, 내 아까 ㅇㅇ 시켰는데 ㅁㅁ로 좀 바꿔줘." 로도 될 수 있기에.

쓰면 쓸수록 요점이 흐트러지고 있는데, 뭐랄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너무나 온화한 느낌을 받았다.
느릿하지만 결코 느리진 않고, 작다기 보다는 따뜻하다는게 어울릴만한 목소리의 할머니. 반했다.
농담 아니고 나오면서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더라. 비단 일본 뿐만은 아니겠지만 소위 말하는 예의바른 일본인의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를 그런 분이셨다. 그러다 현재의 일본인을 떠올렸고, 암만해도 내가 저 할머니의 나이쯤
되었을 무렵에는 주위에 저런 사람 찾기는 참 힘들겠구나 생각했다.
 
검은곰님의 <버스가...>를 읽다 생각나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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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딸기뿡이 2008/08/03 22:03 # 삭제 답글

    나이 들어도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인품이 묻어나온다니까요... 더군다나 그 할머님은... 목소리에서도 그런 기운이 감돌았다 하시니... 얼굴을 본 게 아니어도 왠지 온화한 느낌의 분위기가 연상이 돼요. 그나저나 팥죽......... 좋아하진 않지만, 왠지 맛깔스러워보여요.... 달달한 팥죽이 저는 좋거든요.
  • saltyJiN 2008/08/04 10:47 #

    정말 감동이었어요. 팥죽은 한국보단 곱고 점도가 떨어진다 해야하나요. 좀 가벼운 느낌. 당도는 조금 달았던 것 같기도 하고 적당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옆의 무절임을 처음보고 이게 뭔 조합인가 했는데 막상 같이 먹어보니 괜찮더라구요.
  • 검은곰 2008/08/04 07:25 # 답글

    멋진 할머님... 목소리에서도 온화함이 묻어나올 정도면, 굉장하시군요.
    팥죽... 정말 맛나보여요' ㅠ';;
  • saltyJiN 2008/08/04 10:49 #

    듣고 있는 것 만으로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자세한 건 기억나지 않지만 여튼 좋은 느낌이었어요.
    팥죽도 팥죽이지만 저 떡이 또...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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