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심포지엄 참석 by saltyJiN

자발적으로 갔다면 대견하지만 결코 그런건 아니고, 수업의 일환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오전부터 오후까지인데 너무 졸리고 난방을 너무 세게 틀어 숨막히고 눈 말라붙어서 점심때 조퇴. (사실은 의지박약, 집중력 부족)

오전부엔 네분의 스피커가 앞에 한줄로 앉으셔서 차례로 돌아가며 프레젠테이션을 하시는데,
이 자리 순서(=발표순서)가 중국/한국/일본/인도인 교수, 임원등의 네 분 이셨다.
한분께 주어진 시간은 20분이었는데 대부분 시간에 쫓겨 타임오버에 준비해온걸 모두 보여주지 못하시고
막판엔 급하게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결과를 초래.

첫 중국인 교수님은 적어도 60중후반은 되었을 법한, 도라에몽의 찡구가 그대로 늙어버린 듯한 작은 체구의 영감님.
만들어오신 파워포인트는 워드의 논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ppt의 의미 상실.
모든 발표와 진행은 영어로 이루어졌는데 교수님 본인은 영어 자체에 불편함이 없어보이시지만 나이드신 분의 영어라 그런지
발음이라든가 전형적인 쫑궈 스타일. 중간엔 본인의 자료에 있는 단어의 발음을 버벅거리시는 기염을 토하시기도...
중국의 근현대화와 유교와의 관련이 테마였던 것 같은데 내용이 난해하고 (나에겐) 그저 읽어내려가는,
톤도 단조롭기 그지없었기에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베이징에서 한자리 꿰차고 계신 분이라는 것 같다.



이에 이어 한국인 교수님 등장. 부드러운 인상의, 웃는 모습이 멋지신 고대 교수님.
바로 전의 대본 읽는 발표와는 180도 달리, 첫 인사부터 유창한 영어로 살짝 죠크를 끼워넣기도 하시고 시작부터 화기애애.
(본인의 학교 선배가 얼마전 새 대통령이 되었다는 얘기엔 살짝 갸우뚱 했지만. 여기에 웃은건 한국인 학생 한둘뿐)

파워포인트 또한 세련되게 만들어졌고 중간중간 삽입된 이미지가 지루함을 덜어준다.
목소리도 부드럽고 나긋나긋 하면서도 그리 졸립다곤 생각되지 않는 음성.
이런 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고대생들이 조금 부럽다는 생각도.
이분도 역시 마지막엔 시간에 쫓겨 후반은 급하게 진행되었지만.



세번째 일본인 교수님은 일본인이니 영어는 어련하겠어~ 라는 내 선입견을 멋지게 뒤엎어주셨다.
프레젠 진행도 경쾌경쾌. 거기에 이분 살짝 괴짜끼가 있다. 괴짜라고 해야할까 이 뭐라해야할까.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도 불쑥 농담을 던지고 (살짝 유치할때도 있다) 질문에 유머러스하게 받아치려 하는...



네번째는 인도에서 오신 분으로... 무슨 기관인가의 임원쯤 되시는 분인듯.
인도의 급성장에 주목합시다 라는 내용이었던 듯. 그닥 인상에 남을만 한건 없었으므로 패스.



아무튼 난 발표의 내용보다도 교수님들 관찰이 너무 재밌어 어쩔 줄 몰랐다는.
토론회의 내용은 둘째치고, 오늘 느낀건 교수님들도 다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거.
발표자 외에 참석하신 학교측 교수님들, 각계 인사분들을 뒤에 앉아서 보니, 이마를 괴고 주무시는 분,
시종 노트북으로 여행사진인지 뭔지 사진정리 하시는 분 등...

첫번째 발표자였던 중국인 교수님이 오늘의 킹왕짱. 나머지 세분들은 다른 분의 발표동안 주어진 자료를 훑어보시고
나름 체크하시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는데 이분은 본인 발표 끝나자 책상에 손도 안올리고 완전 무관심.
물론 누군들 정말 관심있어서 자료 훑어보고 그러겠냐마는 그래도 매너상 훑어보고 듣는 척이라도 하지 않는가.
시선 딴데 가있고 중간중간 눈 감고 주무시기까지. '당신네들 연구따윈 눈꼽만큼도 관심없소. 내 분야가 아닌걸' 이라고 말하는 듯한...

이런게 말로만 듣던 대륙의 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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